고물가 억제에 나선 정부가 최근 원두 관세를 인하하는 등 커피 가격 잡기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은 가격 하락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페 업주를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은 원두값 상승폭이 커 세금 인하 효과가 미미할 뿐 아니라 정부 조치도 실효성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커피 생두에 부가가치세를 면제한 데 이어 지난 20일부터 커피 원두에 할당관세 0%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원두 가격이 나날이 솟구치자 '생활필수품'으로 꼽히는 커피 가격의 추가 상승을 막기 위해 세금 혜택을 준 것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생두 수입가는 ㎏당 7249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67%나 인상됐다.
그러나 커피 업계에선 이번 조치들이 사실상 중복 혜택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은 주 원두 수입국인 미국·콜롬비아·베트남·유럽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이미 관세 혜택을 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부가가치세 면세는 생두만을 대상으로 해 '볶은 원두'를 수입하는 스타벅스, 커피빈 등 일부 커피 업체는 혜택을 볼 수 없다. 게다가 '생두'를 수입해 사용하는 이디야 등의 업체조차 이미 생두를 가공해 판매하면서 부가세를 환급받고 있다. 한국커피연합회 관계자는 "가격 인상 요인이 너무 많아서 카페 종사자들의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카페 업주들도 커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서울 강남에서 5년째 커피숍을 운영하던 중 처음으로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 모씨(30)는 "원두 부가가치세에 관세도 면제했다고 하는데 정작 카페가 들여오는 원두 가격은 오르기만 한다"며 "이 가격으로는 도저히 운영이 안 돼 500원 정도 올리려고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고 호소했다.